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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옥중 서신' 공개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여명 밝아오면 진실 드러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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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박근혜(70)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모은 책이 12월 말 출간됩니다.

 

 

이 책은 박 전 대통령이 4년9개월째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편지에 일일이 답장한 것을 모은 글로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책의 제목은 2019년 5월6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상서로에서 박OO 씨가 보낸 편지글에서 따온 것입니다.

 

총선 전인 지난해 3월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전해진 적은 있으나, 박 전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육필로 쓴 '답장 편지'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해 3월 공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신. 유영하 변호사 제공

 

수만 통의 편지 중에서 책에 담을 편지를 추리고, 박 전 대통령의 답장을 취합하는 작업을 주도한 유 변호사는 "작년 이맘때 대통령께서 '가끔 답장을 보내 드리고 싶은 편지가 있다'는 말씀을 하셔서 '지금까지 받으신 편지 중에서 일부를 모아 책으로 내는 것은 어떠하시냐?'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린 적이 있다"며 "받으신 편지의 양이 방대해 근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빛이 없는 깊은 어둠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대통령께 여러분의 편지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과 지지를 담은 편지를 대통령께 보내주셨던 많은 국민께 엮은이로서 정말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유 변호사와 함께 편지 원본의 내용을 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한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많은 분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 주셨다"며 "미래가 창창한 학생부터 청장년과 연세가 지긋한 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온 편지에는 '대한민국'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세연은 "각양각색의 편지를 홈페이지와 우편, 또는 교도소에 직접 방문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보내 주셨는데, 이 중 166편의 편지를 이 책에 담아봤다"며 "이름·주소 등의 개인 신상정보는 최대한 가렸고, 읽기 쉽도록 편지 내용의 일부를 다듬거나 소제목을 임의로 작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박 대통령께서 '영어의 몸'이라 실제로 답장 편지를 보내지는 못하셨지만, 4년 넘게 감옥에 갇혀 계시면서 국민들이 보내온 편지를 모두 다 읽으셨고 열심히 답장을 써 주셨다"며 "이 책에는 박 대통령의 서신 외에도 지금껏 박 대통령이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는 다양한 '소장 사진'들을 담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좋은 연말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일보

 

박 전 대통령은 이 책 서문에서 "서울구치소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4년9개월로 접어들고 있다"며 "돌아보면, 대통령으로서의 저의 시간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드리기 위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게 노력했다"고 술회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믿었던 주변 인물의 일탈로 인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혔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며 “무엇보다도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박 전 대통령은 "많은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는 편지를 보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답장을 간절히 원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깊은 울림을 주신 편지글에는 답장도 드리고 싶었지만, 이곳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음이 무척 안타까웠다"며 "수만 통의 편지 중에서 책에 실을 편지를 추리는 것이 어려웠다. 모든 분의 편지를 다 실을 수가 없어 안타깝다.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구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 박 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연합뉴스

 

이 책에는 2017년 말부터 최근까지 전국 각지에서 날아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다양한 편지가 담겼습니다. 40대 후반의 뇌성마비 환자부터 다섯 살 아들을 키우며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 월남전 참전 유공자, N포세대를 자처하는 청년, 파독 간호사까지, 나이와 직종·성별을 초월한 다양한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지자들이 보낸 수많은 편지 속에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뻐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사죄드린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서울에 사는 33세 청년이라고 소개한 송OO 씨는 "과거 가짜뉴스와 그들의 거짓 선동에 휘말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여론에 휩쓸렸다"며 "그것이 정의인 줄 알았고, 민주노총이 장악한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보며 웃었던 그런 젊은이였다"고 자인했습니다.

 

송씨는 "어느 순간 의구심이 들었고,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언론이 아닌 다른 데서 진실을 찾아보려 노력했다"며 "많은 자료들을 통해 TV에서 봤던 선동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반성했습니다.

 

송씨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청년들이 과거의 생각을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 서신을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쉽지 않았을 글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청년세대를 위해 꼭 이루고 싶었던, 그리고 추진 중이었던 정책과 계획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었던 점"이라며 "앞으로 청년들에게는 무한한 길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위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용기를 잃지 마시고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격려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대부분의 지지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며 "사법부가 '없는 죄'를 만들어 박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거짓은 잠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세상을 속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낼 것으로 믿고 있다"는 초연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곽OO 씨(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사람들의 민낯은 어려울 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며 "평소에는 자신의 민낯을 화장으로 가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 사람인가 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고OO 씨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고 들었다"며 "선동은 잠시 사람들을 속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겠지만, 그 생명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은 한 줄기 빛조차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내동댕이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저를 지지하고 믿어 주시는 국민이 계시기에 잘 이겨낼 것"이라며 "어둠은 여명이 밝아오면 자리를 내주면서 사라질 것이고,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진실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OO 씨(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원리)에게 보내는 답장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정의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정도를 걷지 않는 자는 결국 하늘이 망하게 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말씀처럼 묵묵히 견디고 참아내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확신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모습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역사가 제게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요구할지 모르지만 저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시는 국민을 생각하면서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서문에 실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서울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4년 9개월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대통령으로서의 저의 시간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늘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면서 참으로 숨 가쁘게 지냈습니다.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드리기 위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믿었던 주변 인물의 일탈로 인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는 편지를 보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분이 어떤 이야기를 보내 주실지 기다려지고 설레기도 하였습니다.

편지에서 전해지는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과 이야기들이 작고 외진 저의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곤 하였습니다.

간혹, 답장을 간절히 원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깊은 울림을 주신 편지 글에는 답장도 드리고 싶었지만, 이곳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음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이떻게 하면 저의 마음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여러분의 편지에 저의 답장을 묶어 책으로 내면, 편지를 주신 분들께 간접적으로나마 답신을 드리는 게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변호인과 상의를 하였습니다.

수 만 통의 편지들 가운데서 책에 실을 편지를 추리는 것이 어려워서 근 1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분의 편지를 다 실을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구합니다.

끝으로, 가장 깊은 어둠의 시간들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해 주시며 격려와 사랑을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2021. 12. 박근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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