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00? 리뉴어블 에너지 100?...여야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 등장한 ‘RE100’ 뜻은?
2월 3일 열린 여야 대선 후보 4인의 첫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일자리·성장 분야 주도권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RE100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 뒤 온라인상에서 "RE100, 대체 그게 뭐냐"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 RE100에 대한 관심이 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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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BS·MBC·SBS 등 방송3사 합동 초청으로 이뤄진 첫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주도권 토론 중 윤 후보를 향해 "RE100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수소경제 관련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윤 후보는 "다시 한 번 말씀해 달라"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 후보가 "RE100, 재생에너지 100%"라고 재차 말했습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윤 후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하자 이 후보는 "전세계 유수 기업들이 이미 RE100 채택해서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하지 않으면 (제품을) 공급 받지 않겠다고 한다"며 "이럴 때 재생에너지 포션(비중)을 늘리지 않으면,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했다가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발동되면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나"라고 물었습니다.
윤 후보는 "그건 석탄의 경우에만 해당하지"라며 "꼭 재생에너지만이 아니고 원자력이나 다른 전기 에너지들인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 에너지를 쓴다는 뜻이다. 그게 어떻게 재생에너지만으로 되나"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미래 산업 중 재생에너지는 조그마한 하나이지, 핵심은 거기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미래 산업의 핵심은 데이터, AI(인공지능), 컴퓨팅, 바이오 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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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RE100이 뭐냐"에 대해 묻는 글이 올라왔다. 다수 누리꾼들은 "알이백이 뭐냐?" "R200? 알리백?" "XX 이즈백은 안다" "일부러 저런 용어 준비하고 꺼낸 듯" "대다수 국민들이 알게끔 설명하고 쓰던가 해야지 뭐하는 거죠" 등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일부는 "대선후보라면 인지하고 있어야할 용어 아닌가" "모른다니 환경 이슈에 관심 없어 보인다"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환경 공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RE100은 알이백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리뉴어블 에너지 100'이 맞는 명칭이다. 어떤 보고서에도 알이백이라고 부르는 곳이 없다"며 "이 후보가 잘 모르고 부른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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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계속되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장학퀴즈식 단편적인 지식은 중요치 않다"며 윤 후보를 두둔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히 RE100을 몰랐다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이렇게 에너지 전환에 대한 철학과 관심이 없어서야 어떻게 화석연료 의존적인 한국경제를 유럽, 미국 등 국제수준에 맞추어 변화시킬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4일 국회 보좌진이 참여하는 익명 SNS 계정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 국민의힘 보좌진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본인이 화두를 던져온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RE100의 기본개념조차 알지 못해서 'RE100이 뭐죠?'라고 되묻는 등 함량 미달의 후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후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참담했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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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지난 2014년 뉴욕기후주간을 맞아 국제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국제적 캠페인입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지향합니다.
스웨덴 가구 제조업체인 이케아(IKEA) 그룹을 비롯한 13개 기업이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고, 지난해까지 애플, 구글, BMW 등 340개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가입만 한 게 아니라 협력 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을 포함한 제품 생산 전 과정 탄소중립 선언했고, 100개 넘는 협력사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약속했습니다.
BMW, 폭스바겐, 볼보, 테슬라 등 완성차 기업들도 자사 공급 제품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SK,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RE100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고, 기업의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샘 키민스 RE100 대표는 지난해 KBS와의 인터뷰에서 "RE100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국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수출이 40%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